[시승기] 르노 필랑트, 이것만 빼면 진짜 프리미엄급 안 부러운데

눈카뉴스

yyyyc@naver.com | 2026-05-08 11:39:38

르노코리아의 준대형 크로스오버 '필랑트' 시동 버튼을 누르자 화려한 디스플레이 불빛이 좌우로 흐르며 최신형 전기차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지 억셉트 시트가 계기판 쪽으로 밀려나며 탑승을 맞이한다.

필랑트는 장거리 주행에 제격인 차였다. 출발 감각은 대형 전기차 아이오닉9과 닮아 있었다. 시속 60㎞에 도달할 때까지 전기모터의 힘만으로 힘차게 달려 나가며, 아무 소리 없이 동네를 빠져나오는 모습은 전기차 그 자체다.

시트는 푸근하고 실내 정숙성도 뛰어났다. 외형의 개성 강한 디자인과 세미 버킷 시트에 살짝 긴장했지만, 탑승 후 10분 만에 주행의 편안함에 만족감이 찾아왔다. 동승석 전용 디스플레이는 운전석에서 보이지 않을 만큼 강한 표면 처리로 운전자의 시선 간섭을 차단했다.

E세그먼트 준대형으로 설계된 만큼 2열과 트렁크 공간은 넉넉하다. 중형 SUV보다 반 뼘 이상 길어 뒷좌석 공간성은 광활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다만 넓은 후열 공간에 비해 2열 리클라이닝이 불가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주행보조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정체 구간에서 어댑티브 크루즈를 켜자 편안하게 주행보조가 시작됐다. 차선까지 고려하는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 기능은 끼어드는 차량에도 잘 대응했고, 고속도로에서는 반자율에 가까운 주행이 가능했다. 아우디 A8급에서나 보던 대형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선명하게 들어왔다.

주행 가능 거리는 만탱크 기준 1004㎞가 확인됐다. 공인 연비는 15.1㎞/ℓ이지만 실제 주행에서 18㎞/ℓ는 쉽게 나왔다. 서울~무주 왕복 후에도 300㎞ 이상의 여유가 남을 것으로 예측됐다.

파워트레인은 100㎾(136마력), 최대토크 320Nm의 구동 모터와 60㎾(82마력), 180Nm의 제너레이터 조합으로 구성된다. 풀 가속 시에는 165㎾까지 에너지를 뿜어낸다. 1.64㎾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쏘렌토·싼타페의 동급 배터리보다 크며, 배터리와 두 개의 전기모터가 전기차처럼 차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1.5 싱글터보 엔진은 전기모터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친다.

시속 100㎞ 이후에는 안정감 있는 주행 감각이 돋보였다. 3단 멀티모드 오토 변속기는 부드러운 흐름으로 고속 주행의 편안함을 살렸고, 시속 120㎞ 안팎에서도 여유로운 크루징 성능을 보여줬다. 약 250㎞를 연속 주행하는 동안 피로감이 적어 장거리 이동에 적합하다는 인상을 줬다.

전장 4915㎜, 전폭 1890㎜, 전고 1635㎜의 대형 차체임에도 공기역학적 강점이 뚜렷했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직사광선 아래 3시간을 달려도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음성인식 에이닷 기반 대화형 내비게이션과 티맵, 무선 스마트폰 연결 기능도 편의성을 높였다.

최상위 트림인 에스프리 알핀 기준, 전기 흐름 관리와 편의 사양 면에서는 프리미엄급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차다.

다만 반자율주행 기능에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차선이탈 방지기능이 과도하게 작동해 운전대가 제멋대로 돌아가는 성향은 옥의 티다. 탑승 후 재조정을 통해 조금 더 편하게 조향이 가능하지만 다시 시동을 껐다 켜면 차선 이탈을 막고자 스스로 억지를 부리는 경향이 있다. 스티어링휠을 편하게 잡고 장거리 주행을 하다가도 좌우 차선과 가까워지면 차체를 중앙으로 훅 집어 넣는다. 이 부분은 조속한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필요해 보인다.

눈카뉴스 박웅찬 기자 ungk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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