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의선, 4년간 31조원 미국투자...관세-인건비 실리분석
눈카뉴스
yyyyc@naver.com | 2025-03-26 12:17:07
트럼프 관세 피하고, 국내 노조간섭 피해
전미자동차노조 UAW 관계설정 관건
현대자동차그룹이 향후 4년 간 미국에 약 31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발빠른 대규모 투자결정으로 오는 4월 2일 예고된 관세 폭탄을 피하는 모양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한국 기업 가운데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공식화 1호다.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투자금은 천문학적이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총 210억 달러(약 31조 원)를 미국에 투자한다. 투자 분야는 △완성차 생산(86억 달러) △부품·물류·철강(61억 달러) △미래산업·에너지(63억 달러) 등 세 부문이다.
어쩌면 기다렸던 호재일 수도 있다. 높아진 국내 인건비와 물류비를 계산하면 미국내 공장이 장기적으로 호재일 수 있다. 그간 노조와 협의에서 매번 발목을 잡혔던 수출 모델과 그 물량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국내 인력을 감소하고 효율은 높일 수 있다. 반면 노조 입장에선 날벼락같은 소식일 수 있다. 정 회장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투자 발표 행사에 참석해 "현대차는 1986년 미국 진출 이후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50개 주에서 57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원해 왔다"며 "향후 4년 간 추가로 210억 달러를 투자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투자는 관세가 강력히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현대차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자동차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관세를 낼 필요가 없다.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는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미국 생산 차량에 대해 무관세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자동차 부문에서는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120만 대로 확대하기 위해 86억 달러를 투입한다. 현대차는 현재 앨라배마(36만 대), 기아 조지아(34만 대), HMGMA(30만 대) 등 총 100만 대 규모의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조지아 HMGMA를 20만 대 증설해 총 50만 대로 확대하고, 기존 공장들의 설비 고도화도 함께 진행한다.
부품·물류·철강 부문에는 61억 달러가 투입된다.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고, 전기차 배터리팩 등 핵심 부품의 현지 조달 비중을 강화한다. 또 루이지애나주에는 270만 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신설한다. 이는 저탄소 자동차 강판을 현지에서 조달해 관세와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미래산업·에너지 부문에는 총 63억 달러가 투입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로봇), 슈퍼널(UAM), 모셔널(자율주행) 등 미국 내 자회사와 함께 자율주행,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개발에 나선다. SMR(소형모듈원자로) 착공, 태양광 발전소 구축, 초고속 전기차 충전망 구축 등 에너지 분야의 대형 프로젝트도 병행된다.
다만 미국 내에서도 인건비는 만만치 않다. 전미자동차노조, 즉 UAW는 막강한 권한을 휘두른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글로벌 자동차 생산공장은 물론 지난 2023년부터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들도 UAW에 가입해 노조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에선 근로자 임금 협약과 지급을 모두 UAW에서 맡는다. 미국은 시간당 임금이 60달러 수준인데, UAW에 가입하면 100달러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공장을 짓는 과정까지만 한국인 설계자들이 투입되고, 이후 모두 미국인 근로자가 공장 라인에서 일하게 된다. UAW 가입은 당연히 진행될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UAW는 근로자의 정당한 임금 수령, 정년 보장, 의료보험 등 전반을 책임지고 진행한다. 근로자들을 대신해 자동차 회사들과 임금 협약을 벌이고 성과금과 복지를 책임진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업무에만 집중하면 되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이 트럼프 정부와의 신뢰, UAW와의 관계설정을 통해 진정한 글로벌 톱3 자동차 브랜드로 가는 길은 험난하지만 안착에 성공만 한다면 일본 토요타 등과 어깨를 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눈카뉴스 윤여찬 기자 yyyy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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