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유리창에 하늘만 가득 찼다. 계기판도, 전방 도로도 없었다. 오직 하늘. 자동차가 35도 경사의 돌산을 기어오르는 순간이었다. 손에는 땀이 맺혔고, 발은 브레이크를 찾았다. 그때 동승한 인스트럭터가 말했다.
"그냥 차를 믿고 넘어가세요."
반신반의하며 액셀을 밟았다. 디펜더 옥타 블랙은 부드럽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정상을 넘었다.
지난 15일, 충북 증평군 벨포레 모토아레나 서킷. JLR코리아가 이 자리에서 '디펜더 옥타 블랙' 시승 행사를 열었다. 비포장 험로부터 공인 레이싱 서킷까지, 단 하루에 4개의 코스가 펼쳐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차는 만화를 찢고 나왔다. 오프로드의 괴물이 서킷에서 레이싱카로 둔갑한다. 야구로 치면 삼진을 줄줄이 잡아내던 투수가 타석에 서서 홈런까지 쳐내는 격이다. 오타니 쇼헤이가 자동차가 됐다고 보면 된다.
시승은 험준한 오프로드 코스 세 개로 시작됐다. 첫 번째는 높이 5m 가량의 돌산이었다. 기자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경사가 깊어질수록 전방 시야는 서서히 하늘로 향했고, 어느 순간 앞 유리창에는 파란 하늘만 남았다.
의지할 것은 센터 디스플레이뿐이었다. 모니터는 항공 시점 지도와 양쪽 바퀴 아래 노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그것만 보며 소심하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 전진했다. 차는 흔들리지 않았다.
돌산을 넘자 눈앞에 개울이 나타났다. 깊이 70~80cm. 웬만한 세단이라면 시동이 꺼질 깊이다. 디펜더 옥타 블랙은 달랐다. 일반 디펜더보다 10cm 더 깊은 1m까지 도강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이 차는, 수중 카메라로 찍은 바닥 영상과 실시간 수심까지 디스플레이에 띄워줬다.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액셀을 밟을 수 있었던 건 그 덕분이었다.
두 번째 코스는 랠리 험로였다. 비스듬한 산기슭을 풀악셀로 내달리는 구간. 이번엔 기자가 조수석에 탔다. 운전석엔 실제 국내외 랠리 대회를 누빈 인스트럭터가 앉았다.
그가 출발하자마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차는 요동쳤고, 바위와 흙더미 사이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파고들었다. 이른바 '택시 체험'이었다. 반쯤 실신하면서도 감탄이 나온 건 차의 자세 때문이었다. 흔들려야 할 순간에 차는 흔들리지 않았다. 기울어져야 할 코너에서 차체는 수평을 유지했다.
이것이 이 차의 핵심 기술, '6D 다이내믹스 서스펜션'의 실체다. 유압과 에어 압력을 조합해 네 바퀴 각각의 토크 벡터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이 시스템은, 올해 다카르 랠리 우승을 이끈 바로 그 기술이다. 세계에서 가장 거친 레이스에서 증명된 것을 길 위에서 직접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세 번째 코스는 철제 인공 장애물이었다. 돌산보다 더 가파른 경사를 철골 구조물로 만든 구간이다. 짜릿함을 즐기기엔 충분했고, 공포를 느끼기에도 충분했다.
그리고 서킷이었다. 오프로드 괴물이 레이싱카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런치 컨트롤 버튼을 눌렀다. V8 4.4리터 트윈터보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이 635마력을 분출하며 차를 앞으로 밀어냈다. 0에서 100km/h까지 4.0초. 좌석이 등을 밀어붙이는 가속감은 SUV의 것이 아니었다.
동승한 톱드라이버 김동은 선수는 서킷을 달리며 이렇게 말했다. "온로드와 오프로드는 하체 설계가 극과 극입니다. 서킷에선 서스펜션이 짧고 딱딱해야 하고, 오프로드에선 길고 유연해야 하죠.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소화하는 차는 제가 아는 한 이게 유일합니다. 스태빌라이저도 없이 스포츠카처럼 달리는 SUV를 이전엔 본 적이 없어요."
디펜더 옥타 블랙의 차체는 전장 5003mm, 전폭 2064mm, 전고 1995mm, 축거 3023mm다. 에어 서스펜션으로 지상고를 최대 323mm까지 끌어올릴 수 있고, 험로 접근 각도는 최대 40.2도, 이탈 각도는 42.8도에 달한다. 험로를 위해선 28mm 추가 리프트업도 가능하다.
돌산을 넘을 때 하늘만 보이던 그 순간이 계속 떠올랐다. 무서웠지만, 차는 틀리지 않았다. 결국 그게 이 차의 핵심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차를 믿고 넘어가면 된다.
눈카뉴스 윤여찬 기자 yyyyc@naver.com 사진=윤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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